극히 개인적이고 극히 대단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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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야기

대부도에 숨어있는 바지락 칼국수집

회색싼타 2020. 5. 18. 13:27

코로나 19로 집콕하고 있는 애들에게 바깥 공기를 쐬어줘야겠다는 마음에 찾은 선재도와 목섬. 

똑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지, 선재도 주차장은 차량들로 가득찼고, 목섬 입장권을 파는 자판기 앞에도 긴 줄이 생겨있었다.

어쨌든 나름 의미있고 재미있는 갯벌체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급하게 배고픔을 호소하는 애들 때문에 선재대교를 건너자마차 두번째 신호등에 걸려서 확인한 조그만 안내판 "와각칼국수". 우회전하여 골목길로 300미터만 들어오면 된다고 되어있다. 그런데, 20미터도 채 안되어 '이거 잘못 들어온 거 아닌가? 적당히 돌려서 나갈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골목이 좁고 험하다. 과연 이 안에 영업을 하는 가게가 있긴 있을 것이며, 거미줄 축축 늘어진 다 쓰러져가고 손님도 없는 그런 귀곡산장같은 가게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마침 앞에서 나오는 차가 골목으로 꺽어서 내가 지나갈 수 있게 해주어 그냥 직진을 했지, 만약 그 차가 없었다면 그 자리에서 차를 돌려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골목으로 꼬불꼬불 들어가다 보니 제법 그럴싸한 가게가 있고, 꽤 많은 차들이 주차해 있는 것으로 봐서 귀곡산장같은 업소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들과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보았다. 특이한 것은 칼국수 단품 메뉴가 없고 [와각탕 + 죽 + 칼국수] 이런 식으로 세트메뉴 구성으로 되어 있었는데, 어쨌든 8000원이면 칼국수 단품이든 세트이든 크게 부담을 가질 가격은 아니라 세트로 3개를 주문했다.

 

2개의 항아리에 기본 반찬이 담겨져 있는데, 겉절이에 가까운 배추김치와 적당히 숙성된 향의 깍두기이다. 찬을 비롯한 음식은 정갈한 편이다. 김치와 깍두기도 특별한 느낌없이 무난하고 거부감 없는 맛이었다.

겉절이에 가까운 배추김치와 적당히 익은 맛의 깍두기

주문을 하고 좀 기다리면 죽과 와각탕이 먼제 서빙된다. 죽은 전복죽의 느낌을 상상하면 될 것 같다. 전복죽의 전복대신 바지락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다른 집 보다 참기름을 좀 덜 넣어서 고소함은 덜하지만, 대신 바지락의 향을 느낄 수 있어서 나름 괜찮았다.

다른 집보다 담백한 맛의 죽

와각탕은 그냥 바지락과 파, 고추를 넣고 끓인, 바지락을 주재료로 한 조개탕이었다. 보통은 칼국수에 바지락을 껍찔 채 잔뜩 넣어 주는데, 여기는 바지락만을 따로 끓여서 와각탕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서빙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해장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나, 밀가루 향을 배제한 시원한 조개국의 국물만을 따로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괜찮은 조건이 아닐까 한다.

가게 벽면에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안내문이 붙어있는데, 와각탕의 국물에서 익숙하고 진한 조미료의 맛은 별로 느끼지 못했다. 익숙한 맛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듯 하다. 약간의 고추를 썰어 넣어 아주 어린 아이들이 마시기에는 국물에서 좀 칼칼한 맛이 난다. 

이름은 와각탕, 실재로는 바지락 조개탕

죽을 다 먹고 와각탕으로 입안을 가시고 있을 무렵이면 칼국수가 서빙된다. 칼국수에는 껍질을 깐 바지락이 한웅큼 들어가 있는데, 그 양이 상당하다. 중국집에서 탑처럼 홍합을 쌓아올린 홍합짬뽕의 홍합껍질을 모두 벗겨내고 나면 그 내용물이 초라하기 그지없이 여겨지는데, 반대로 이 많은 바지락 살에 모두 껍질이 붙어있다고 상상하면 그 양은 가히 엄청난 것이었다.

칼국수는 면의 식감이 맛의 많은 부분은 차지하는데, 나무 무르지도 너무 단단하지도 않은 적당히 차진 면의 식감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역시 국물에서도 딱히 익숙한 조미료의 향은 거의 느끼지 못했는데, 역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그부분을 제외하고는 상상하는 바지락 칼국수의 느낌에서 크게 다른 것은 없었다. 칼국수의 양은 그렇게 푸짐하지도 그렇다고 아쉽지도 않은 적당한 양으로 생각된다.

칼국수 3인분

 

메뉴판 1

 

메뉴판 2

주차장에서 바라본 가게의 모습이다. 귀곡산장이 아니라, 상당히 깔끔하게 잘 정돈된 모습이다. 주차는 약 10대 정도는 가능한 듯.

전경

브레이크 타임과 정기 휴일이 있으니 찾아갈 때 참조해야 할 뜻.

영업안내판

위치는 선재도에서 대부도로 나와서 두번째 신호등으로 생각하면 편하다. 안내판을 보고 들어가기에 너무 촉박하다. 골목이 아주 좁으니 운전 조심 필수. 길이 좁아 일방통행으로 운영되고 있는 듯 하니, 식사 후에는 다시 되돌아 나오지 말고 가던 방향으로 계속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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