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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만에 다시하는 괌여행 - 4일차중 3일차 본문

아이들과 함께

17년만에 다시하는 괌여행 - 4일차중 3일차

회색싼타 2019. 6. 3. 22:01

4일차 중 3일차다. 이제 여행도 후반전에 접어들었다. 여행계획을 잡을 때, 일정이 너무 길다고 투덜대던 와이프가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가냐고 투덜거린다. 참 여자들이란...

 

3일차는 멀리가지않고 가까이서 지내기로 했다. Outrigger가 그냥 호텔이 아니라 나름대로는 리조트이기 때문에, 호텔 내부에 있는 시설을 사용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스파와 헬스를 비롯해서 몇몇 시설들이 있었으나, 아무래도 아이들이 있다보니, 풀장과 해안에서 하루를 보내게 될 것 같다.

 

Outrigger 풀장

 

객실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로 풀장이 있는 곳으로 연결이 된다. 수영복에 겉옷을 하나 걸치고 워터슈즈나 샌들을 신고 바로 내려가면 된다.

이때, 객실 키와 타월 교환 카드를 챙겨서 가는 게 좋다. 타월 교환 카드는 투숙인원 수대로 주는데, 풀장 안내 데스크에 내면 선베드에 깔거나 덮을 수 있는 대형 타월을 빌려준다. 사용 후에 타월을 반납하면 카드를 다시 돌려주는 식으로 운영된다. 풀장의 워터 슬라이드 아래에 화장실이 있는데, 외부인의 사용을 금하기 위해 객실 키를 터치해야만 화장실 문이 열린다.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구명조끼는 그냥 빌릴 수 있는데, 상태가 그닥 좋은 편은 아니었다.

풀은 크지않은 풀 2개로 구성되어 있다. 안내 데스크가 있는 쪽의 풀은 원형으로 되어있고, 조그만 워터 슬라이드가 설치되어 있다. 작기는 하지만, 한번의 360도 회전과 약간의 굴곡으로 구성되어있어 아이들이 타기에는 딱 좋은 크기와 길이인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원형풀장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깊이는 어른한테도 애매하고 아이들한테도 좀 애매한 그런 깊이였다.

 

 

 

원형풀장을 끼고 돌면 유수풀 형태로 생긴 조금 큰 풀장이 있다. 아이들이 많은 원형 풀장보다는 사람들 밀도가 훨씬 적어서 여유롭게 수영을 즐길 수 있다. 

 

 

 

풀장의 물은 바닷물보다 오히려 좀 더 차가웠다. 아이들이 오랫동안 물 안에서 놀더니 조금 추웠나보다. 선베드에 자리잡고 여유로운 낮잠을 즐긴다.

 

아이들이 자는 동안, 와이프가 outrigger와 붙어있는 ABC 마트에서 샌드위치와 과일과 음료수, 그리고 호텔 냉장고에 저장해 둔 맥주를 가져왔다. 그렇게 간단하게 점심을 때웠다.

 

리조트 앞 바다 수영

 

어느 덧 시간이 오후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수건을 반납하고 소지품을 챙겨 투몬 해안으로 내려갔다. 풀장에서 계단 몇 개를 걸으면 바로 투몬 비치가 나왔다.

신혼여행 때, PIC 앞바다에서 스노클링할 때 보았던 수많은 조그만 물고기들이 보여주는 비현실적이고 마치 디즈니 만화속과 같았던 느낌을 잊을 수가 없었다. 연속 3일쨰 물놀이 강행군(?)에 아이들은 조금씩 지쳐가고 있는 듯 했지만, '이게 마지막 물놀이야.' 라는 말로 아이들을 달래서 해안으로 내려왔다. 사실 여기가 물놀이의 마지막 코스였다. 그 다음 날은 숙소에서 체크아웃해야 했기 때문에 물놀이를 하더라도 환복이나 뒷정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서 물과 관련된 것은 모두 제외했기 때문이었다. 여름이면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마음 껏 물놀이를 하게 해주고 싶었던 부모의 마음이 마지막 날을 뺀 모든 날에 물놀이 코스를 넣었던 것이었다.

라조트 풀장과 해변과의 거리

조금 지친 듯했던 아이들이 또 물을 보자 또 신나게 논다. 물이 풀장의 물보다 오히려 따듯하여 물놀이 하기에는 좀 더 적당했던 것 같다. 해안가에 선베드가 나란히 몇 줄이 놓여져 있는데, 매트리스가 있는 썬배드가 있는가하면 매트리스가 없는 썬베드도 있었다. 사실 이게 유료인지 무료인지 알 수가 없었고 따로 물어볼 사람이 없어 나란히 두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투몬베이가 섬의 서쪽에 있는 해안이다보니, 해가 질수록 물은 더 반짝거리고, 좀 더 몽환적인 느낌으로 선베드에서 휴식을 취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 누워있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달콤한 잠에 빠진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피부가 까맣게 타고 선글라스를 낀 원주민이 와서 뭐라고 한다. Free가 아니란다. 한국말로 '유료'하고도 했는데, 뭔가 기분이 안좋아 보인다. Sorry라고 이야기하고 자리를 비켜주었는데, 매트리스가 깔려있는 선베드에 자리를 잡은 와이프에게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게 의아했다. 아마 비용을 지불하면 그 자리에는 매트리스를 깔아주는 것인가본데, 와이프가 잡은 자리는 누군가 비용을 지불한 뒤 사용하다가 그냥 간 곳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망중한 대신 다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투몬베이의 물 속은 생각보다 맑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더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모래가 많이 떠다녀서 리티디안처럼 투명한 풍경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바로 눈 앞에서 왔다갔다하는 물고기들. 마치 자신들의 영역이 침범당한 듯 긴장한 것 같다.

해가지기 전에 물놀이를 끝내고 숙소로 올라와 정리를 한 후, 간단한 쇼핑 타임을 위해 GPO로 향했다. 시간적인 여유가 좀 있어서 약간은 갈지자 행보를 했다. 어차피 여행이라는 게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길을 가다가 공원이 보여 들어갔다. 군데군데 사람들이 모여 고기를 굽거나 뭔가 음식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이 보이는 것 외에는 한적한 모습이었다. 나중에 지도를 확인해보니 우리가 들어갔던 공원은 이파오 공원이라는 곳이었다. 

 

 이파오 공원의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 최대 광각으로 밀어내도 한 프레임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파오 공원에서 17B 도로로 올라섰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의외로 이 길을 자주 다니게 되었다. 첫번쨰 숙소가 있는 길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던 것 같다. 이 길을 자주 다니다보니, 길 이외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파오 공원에서 17B 도로로 올라타는 언덕길의 왼쪽에는 괌 최고의 풍광을 가진 듯한 고급 주택들이 몇 채 보였고, 그 뒤로는 아기자기한 마을과 잘 정리된 빌라촌도 눈에 들어왔다.

잠시 가던 길을 보류하고 마을 구경을 하기위해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와이프와 나의 몇 안되는 공통 관심사 중의 하나가 부동산분야라 골목과 집들을 구경하는 것에 그 어떤 거부감도 있지 않았다. 길을 지나면서 집을 구경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으나, 우리에 비해 프라이버시나 보안에 민감한 사람들이라 뜻하지 않은 오해나 충돌이 생기지 않게는 조심해야한다.

 

보안이 철저한 고급빌라촌
저택의 느낌이 나는 집
집 뒷마당에 로터리가.

 

골목에서 와이프가 주운 꽃
우리나라 시골집과 비슷한 느낌의 집
화려하지는 않지만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던 집.

GPO에 주차를 한 시간에 저녁놀이 물들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잠시 저녀놀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선 2, 3년에 한번 볼까말까한 그런 저녁놀이 물들고 있었다.

사진으로는 그 느낌이 잘 전해지지 않는 저녁놀

GPO에서는 내 신발과 두 아들의 신발과 딸아이의 신발을 샀다. 브랜드 옷이나 신발, 가방에 별로 익숙하지 않은 우리 가족인데, 할인 중인 가격표를 보고는 '안사면 손해'라는 생각 때문에 아니 살 수가 없었다. 같이 오지 못한 딸아이는 집사람과 발 사이즈가 같기 때문에 집사람이 신어보고 골랐다.

신발을 산 후, 이젠 상당히 익숙해진 GPO의 여기저기를 둘러본 후 숙소로...

 

이렇게 3일차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물놀이로 인해 생긴 빨래들을 가지고 호텔내 빨래방으로 가져가서 세탁하고 건조를 했다. 괌 여행 중 유일하게 내가 카드를 쓴 항목이다. 세탁실은 24시간 운영이 되고 있었고, 방키로 세탁실 문을 열 수가 있고, 세탁 1회에 5달러, 건조 1회에 5달러를 카드결제로만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보송보송해진 빨래를 가지고 룸으로 돌아와서는 이제 마지막 남은 내일 하루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여행의 3/4이 마무리되자 여행에 대한 만족감보다는 아직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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